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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스코칭3. 아이를 낳고 나면 왜 깜빡깜빡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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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맘스코칭3. 아이를 낳고 나면 왜 깜빡깜빡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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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맘스코칭3. 아이를 낳고 나면 왜 깜빡깜빡할까? ]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게 그냥 그렇게 버겁게 흘러가던 날이었다.

결혼 이전의 삶과는 완전히 바뀐 어느 날이었다.

 

 

왜 이렇게 멍하지?’

 

 

그래도 이 정도면 나 꽤 쓸만한 애였는데

왜 이렇게 뭔가 기억이 없지? 생각 자체가 없어진 것 같기도 하고...

출산하면서 뇌도 일부분 배설해 버렸나?

뭐가 달라져서 이런거지?

 

 

결혼전과 뭐가 제일 달라진고 하니

의식주를 제때, 제대로 할 수 없는 날들뿐이다. 연중무휴.

 

 

결혼 전에는 어떤 일을 하든, 주말이 있었다.

주말이 아니어도 곧 쉬는 날이, 쉬는 시간이 온다는 정해진 기대가 있었다.

모든 업무는 끝이 있다. ‘끝나고 쉬면 되니까.‘ 라는 기대감이 있다.

일 뿐만 아니라 사랑도 마찬가지. 연애를 해도 휴식은 있다.

종일 피곤한 데이트를 했다고 해도 저녁에 집에 가 쉴 수 있다.

 

 

육아는 달랐다.

내가 원할 때 잘 수 없다. 내가 원할 때 먹을 수 없다. 내가 원할 때 쉴 수 없다.

심지어 화장실도 내 맘대로 갈 수 없다.

쉬도 응아도 맘 편히 못 한다니 그야말로 삶이 엉망진창이었다.

 

 

하루 24시간을 멍하니 깨어만 있는 것과 같았다. 눈뜬장님. 아무것에도 집중할 수 없었다.

자칫 이유식 만들기에 집중이라도 해버리면, 이유식을 만드는 동안

 

 

모조리 다 집어던져 유리그릇이 산산이 조각나고 그 파편에 찔려 피가 나는 상상

 

 

을 해야 할 만큼 피로와 싸워야 했다.

그런 생각을 하는 내가 무서워서 주저앉아 운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9개월짜리 아들이 덩그러니 나를 보고 있었다. 내가 왜 우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고, 달래 줄 사람도 아무도 없었다.

 

 

미친것처럼 엉엉 울다가 다 울고 혼자 일어나 또 치우고…….

누가 보면 그건 정말 내가 미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해주는 상황이었다.

아이가 보지 않는 곳으로 들어가 울었어야 했나? 그럴 경황이 있었다면 부엌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아 발을 구르며 아이처럼 앙앙 울지는 않았겠지?

 

 

육아는 몇 년간을 잠 한번 푹 못 자고, 덜 자고, 덜 깬 상태로 연명만 한다.

잠이 들어도 각성 된 상태.

바스락 소리에도 깬다. 그래서 아기 엄마들은 애가 뒤척이기만 해도 깬다. 이거 너무 슬픈 거 아닌가.

모성애가 아니다. ‘파블로프의 개같은 거다.

 

 

깨어만있다. 24시간을. 그래서 뇌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한다.

분명 뇌도 집중하고, 쉬었다가, 기억을 정리하고 분류하고 삭제하는 작업을 거치는데

그 과정 중에 쉬었다가가 프로세스에서 아예 빠져버린 거다.

 

 

계속 입력만 들어오니까 자꾸 삭제하고, 삭제하고, 삭제해서…….

결국……. 내 뇌가 망가졌구나

그래서 자꾸 깜빡깜빡 하는 거구나

 

 

출근하는 신랑이 너무 미웠다.

너는 갈 곳이 있어서 정당하게 편하게 합법적으로 빠져나가는구나.

출근하려고 현관문을 열고 나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그 순간,

잠깐이라도 너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크게 심호흡이라도 할 수 있겠다.

회사에는 정해진 점심시간이 있으니 제때 밥 먹을 수 있겠다. 얼른 먹고 잠깐 1분이라도 눈 감고 있을 수 있겠다.

아니, 나라면 안 먹고 잠을 선택하겠어. 라고 아무도 묻지 않은 선택을 혼자 하기도 했다.

 

 

누군가 나를 대신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 도움이라도 필요했다. 억울했다.

하루아침에 삶이 이렇게 변한다는 걸 왜 아무도 나한테 알려주지 않았지?

 

 

이런 삶은 하나도 즐겁지 않았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는 너무 달랐다.

아이가 자는 모습이 가장 예쁘다는 말에 전혀 동의할 수 없었다.

아이가 잠들어 있는 시간이 제일 불안했다. 곧 깨어날 걸 알고 있었으니까

내 삶을 온통 저당 잡혀 있는 기분이었다.

 

 

그 당시 미디어에서는 거의 판타지에 가까운 결혼생활과 행복한 가정에 대해 보여줬다.

출산했지만 여전이 아름다운 몸매와 더 아름다운 미모로 아이와 함께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다큐멘터리, 예능 프로 그램 들이 줄줄이 방송됐다.

그때는 결혼한 여자 연예인들에게 아이가 special 액세서리였다.

고소영 유모차는 그런 분위기에서 탄생했다.

육아용품이라고는 존슨즈 베이비 로션밖에 모르던 내 또래 엄마들이

그것 없이는 키울 수 없는 듯이 수입 육아용품을 검색하고 사들이기 시작했던 것도 그 시기부터다.

 

 

미디어의 세뇌는 강력했다.

나도 결혼하면 아이부터 낳고 special 악세서리 하나쯤 장착한 요즘 여자 이고 싶을 정도였으니까.

임신기간중에 8개월 간 입덧을 하면서 체중이 오히려 줄어들 때에도,

내가 곧 출산을 할 사람이라는 자부심이 하늘을 찌를 정도로 철이 없었다.

육아에 대해서, 부모가 무엇이라는 것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다. .

막달이 되어 갈 즈음 그 자부심은 덜컥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내가 하나의 생명을 생산해 내고, 그 생명이 하나의 삶을 꾸려가기까지 내가 기여해야 할 것들에 대한 부담감이 그때서야 고개를 들고 내 양심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아이를 낳자마자 생활이 달라졌다. 몸조리를 잘 해야 한다는 얘기에 산후조리원에 들어갔지만, 그때부터 내 몸은 내 것이 아니었다.

 

 

아이가 깬다고 젖을 물려주라는 인터폰을 2-3시간마다 받으면서 짜증이 나는 내가 너무 죄스러웠다.

아기가 무슨 죄라고 ..... 해도 짜증이 나고 싫었다. 끝이 없었으니까.

일주일에 하루는 쉬게 해주는 근무가 아니니까. 정식 휴가는 없다는 게 그 때부터 실감이 났으니까.

아이는 악세사리가 아니었다.

할아버지와 손주 사이가 각별한 건 부모 자식간의 죄책감과 책임감에서 빗겨나 있어서라고 하지 않던가......

 

 

오로지 내 몫이었다. 나 대신 젖을 물려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남자에게 젖꼭지가 왜 있는 건지 궁금했던 게 바로 그 시기였다. 도대체 왜 달려 있는거지?

사용하지 않는 것은 퇴화되는 게 진화의 원리 아닌가? 있으면 젖이라도 물리던가, 젖이 안 나올거라면 눈 앞에 안 보이던가~!!

당치도 않은 것들이 다 분하고 억울했다.

 

 

억울한들 내가 첫 아이를 키운 십여년 은 이미 지나가 버렸다.

 

 

육아서 한 권 제대로 읽지 않고 첫 아이를 낳았다.

가제 수건 몇 장 받으려고 다닌 산모교실에서 또래 엄마들을 사귀고, 쇼핑이나 한 게 고작이었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10살 짜리가 저 스스로 컸지 네가 키운 건 하나도 없다던 신랑 말이 사실인 것도 같다.

 

 

그래 인정할테니 10년쯤 키웠으면 이제 그냥 독립하지 않을래~ 아들??

애미도 혼자 좀 살자.

이제 그만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싶으니....’

 

 

 

 

아이가 10살 때 써두었던 글이다

그 아이가 이제 고등학교 1학년.

학교 기숙사에 들어갔으니 이 엉뚱한 소원은 이루어진 셈이다

 

 

아무리 첫 아이를 키우느라 괴로웠노라고 토로해도 그건 양육자 개인의 몫으로 끝이 나버린다

나의 애씀과 달리 아이는 그저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잘 살아내기 마련임을

이제야 어렴풋이 알아가고 있다.

그러므로 어른들이 육아의 고통과 힘듦을 대대손손 자랑스레 얘기하며 물려주지 않았으리라

엄마 되는 게 쉬운 줄 알았냐고 단칼에 잘라낸 친정엄마의 말에도 많은 것이 묻어 있음을 이제야 짐작한다.

 

 

그렇다. 육아는 힘든 것이 맞다.

그러니 공연히 크게 떠들 일이 아닌 암묵지 같은 것

아는 것이 힘이 아니라 이럴 때는 모르는 게 약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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